앳띠의 내맘대로 월드

원주미래산부인과 제왕절개 후기 / 38주3일/ 자분도전 본문

임신 및 육아

원주미래산부인과 제왕절개 후기 / 38주3일/ 자분도전

앳띠 2023. 1. 9. 10:58

더 늦기 전에 출산경험을 써보려 한다.
내가 다니던 제천미래산부인과가 23년 1월 1일부로 분만을 안하게 됐다.
난 예정일이 23년 1월 2일이었고 자연분만을 원했던 터라 제천에선 출산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원주미래산부인과를 추천 받아서 37주차에 방문.

병원이 따로 한 건물로 되어 있어 방문하기 좋은거 같았다.
37주엔 그냥 늘 그랬듯 초음파만 보고 다음주에 내진을 한 번 해보자 하셨다.
난 우리 축뽁이가 어차피 1월에 낳아도 흑호랑이 띠라고 하길래 내심 빨리 나오길 바랬는데 아직 덜 내려 왔다고 하시길래 남편이랑 나는 이만 빨리 낳는걸 기대를 접었다.

그런데 22년 12월 22일 새벽 2시 10분(38주3일차).
자다가 화장실이 마려워서 갔는데 응?
속옷이 500원짜리 크기의 물로 젖어 있었다.
뭐지 나 요실금 걸렸나? 싶어서 그냥 별 일 아닌갑다 하고 속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움.

2시 37분경. 뭔가 왈칵 하고 월경할 때의 느낌이 들어서 다시 화장실에 감.
이번엔 물이 속옷을 거의 다 적심...
이게 뭐지뭐지 하다가 설마 양수?????
그래서 네이버로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난 이슬 비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이슬이 비쳤을때 내가 몰랐던 걸지도...
냄새를 맡아도 아무 냄새도 안나서 소변은 아니라고 확신.
그리고 이미 많이 들어서 알겠지만 양수가 터지면 무조건 병원에 바로 가야 한다.

그때부터 배가 살짝씩 아파옴.
생리통처럼 살살 아파오는데 아팠다 안아팠다 몇 분있다 또 아팠다 하길래 폰에 미리 깔아둔 진통 어플을 켬.


진통주기가 10분 안쪽으로 계속 있으면서 4번인가에 한 번씩 병원에 갈 준비하란 알림이 뜸.
2시간 반정도 혼자 진통하다 남편을 깨움.
오빠는 놀라서 바로 병원에 가자며 막 옷을 입음.
난 덜 아파서 그런지 막 장난치면서 에이 그러다 자궁문 안 열렸다고 나중에 다시 오라 그럼 어떡해~ 라고 하면서 안 가려고 함.
오빠가 그럼 병원에 전화해 보라 해서 전화했더니 간호사 선생님이 양수일 수도 있어서 무조건 오전 중으로는 방문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5시에 바로 집에서 출발.

5시 40분. 병원 도착.
오면서 점점 진통이 세지기 시작. 오빠가 감통시켜 주려고 운전하면서 다리를 쓰다듬었지만 그것마저 짜증이 나서 하지 말라 그럼.

2층 분만실로 바로 가자 간호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옴. 나만 분만실 안으로 들어가고 오빤 일단 로비에서 대기.
들어가서 태동검사를 함.
진통이 점점 세져서 걷기 힘들 정도가 되려고 할 때 태동검사가 끝나고
6시 30분 관장.
원주미래산부인과 좋은게 바깥에 풋살장이 바로 보이는데 거기서 조기축구 하시는 분들 구경하면서 관장을 참아봄... 4분 버텼나?

그리고 그때부터 미친듯이 배가 아파옴..
내진을 했는데 3센티 열렸다고.. 근데 마취하시는 분이 9시 출근이란다.. 속으로 욕이 나옴 ㅠㅠ
일어나 앉아있고 싶은데 간호사가 그러면 안된다 해서 누워서 고통을 참음.
다행히 8시 30분에 마취해 주시는 분이 오셔서 무통 주사 놓음.
왜 무통천국이라 하는지 알것 같은게 아예 안 아픈건 아니지만 새벽에 오빠한테 장난치듯이 할 정도의 힘이 생김..
근데 이게 오래 안가고 진진통이 왔다 ㅠㅠㅠㅠ 진진통은 배가 아픈게 아니라 엉덩이에 뭔가 엄청 큰게 끼어서 너무나 아픔 ㅠㅠㅠㅠ 이때부터 힘주기를 하는데 왜 살려달라 한다는지 알겠더라 ㅠㅠ 근데 애기가 등을 보고 있는게 아니라 배를 보고 있어서 못 내려옴 ㅠㅠ 나도 잠들었다 진통오면 깨서 고통스러워하다 힘주다를 반복하니 엄청 지쳐버림. 진진통 시작할땐 눈물이 멈추질 않음.
간호사들이 소리내서 울지말고 진통이 올 때 힘을 주라는데 그게 되냐고요 ㅠㅠㅠㅠ 이미 힘 다빠졌고 진짜 감당하기 힘든 고통인데...
오빠가 나가서 간호사랑 얘기하고 오더니 간호사랑 의사 선생님이 10시 반에도 애기가 안 내려오면 제왕절개 하자고 하심.
난 진짜 끝까지 버티겠단 의지였는데 진통을 겪고 보니 내가 살아야겠단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결국 10시 반이 되고 아기는 전혀 내려오지 않아서 아기도 힘들고 나도 힘든 상태가 됐다.
수술실로 바로 이동.
수술실 너무 무서워 하고 있는데 간호사분이 재워드릴까요? 하길래 바로 네 라고 대답.
그리고 잠듬.
눈을 떴는데 어지러워서 어지러워요 한 마디 함.
눈앞에 내 다리가 올려졌다 내려지는걸 봄. 근데 느낌이 없어...
그리곤 다 됐다고 의사쌤이 말씀하심. 침대로 회복실까지 이동. 오빠가 들어옴.
오빠 보자마자 눈물이 또 남. 오빠가 수고했다고 애기 엄청 이쁘다고 함.
뒤이어 간호사가 축뽁이도 안고 오셨다. 난 축뽁이 보면서 눈물만 흘렸고 안아보지도 못했다.
12시에 회복실에서 병실로 옮김.

오빠가 특실을 선택해서 7박8일동안 특실에 있었다.

바닥이 뜨끈뜨끈해서 오빤 바닥에 이불펴고 잤다. 병실에 보호자 침구가 있음.
난 그 날 그저 일자로 누운 상태로 하루가 지나감. 소변줄 찬 줄도 모르고 소변 마려우면 어떡하지 걱정. 그리고 마취 때문에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고 오빤 내가 엄청 추워하는 줄 알고 자꾸 이불 덮어줌.. 더워죽겠어ㅠㅠㅠ
가스가 나와야 그 다음 식사부터 먹을 수 있다길래 내심 오후에 가스가 나오길 바랬지만 실패.

12/23
새벽 1시 23분. 첫 가스 나옴.
가스가 한 번 나오더니 그 후론 계속 나와서 당황했다. 배에 가스만 차 있었나...
6시 30분.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와서 마지막 항생제를 투여하고 소변줄을 뺐다. 다들 소변줄 엄청 아프다해서 나도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안아팠다. 간호사 실력이 좋은가?
7시 30분. 첫 식사=미음...
남편은 일반식사인데 오빠가 엄청 미안해 하며 먹었다. 난 괜찮은데.. ㅎㅎ
10시 30분. 못 일어날 것 같았지만 오빠의 부축으로 조금씩 걸어서 축뽁이 보러 갔다. 코로나로 유리창 너머로밖에 못 보지만 너무 신기하고 예뻤다.

간호사님이 신생아같지 않다고.. 근데 그 후로 애기 보는 모든 사람들한테 들은 말이다. 난 다 축뽁이처럼 생긴줄 알았는데 축뽁이가 한 달 된 아기같이 생겼단다.. 엄마가 너무 잘 먹었니? 심지어 넌 11일이나 일찍 나왔는데... ㅎㅎ

암튼 여기 의사선생님이 진짜 왕 친절하시고 간호사님들도 너무 좋고 친절하셨다. 병원이 오래돼서 인테리어가 신식은 아니지만 난 너무 편안하게 잘 지냈다.
특히 밥이 진짜 맛있었다. 간식도 오전 오후 다 나오고 저녁먹고서는 8시에 죽이 또 나온다... 배고플 틈을 절대 안 줌.. 그래서 뭐 사먹을 생각이 하나도 안 들었었는데 퇴원 전 날 밤엔 오빠한테 내일부턴 우리만의 시간 없을거 같다고 치킨 먹자고 함 ㅎㅎ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가 생긴다면 또 여기서 낳고 싶은데 멀어서 고민된다.. 흠..

병원비는
입원실 13만원*7= 91만원
페인버스터, 네오덤실 등등 해서 총 1,733,230원 나왔다.

나의 사랑하는 축뽁이 출산경험담 끄읕!